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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金大中)에 이은 노벨문학상(韓江) 수상의 위업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예향(藝鄕)의 기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하의도(荷衣島) 평화정신에서 한강(韓江)의 문학 감성까지......

전봉진 대기자(topgolf1@daum.net) | 기사입력 2024/11/06 [17:49]

노벨평화상(金大中)에 이은 노벨문학상(韓江) 수상의 위업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예향(藝鄕)의 기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하의도(荷衣島) 평화정신에서 한강(韓江)의 문학 감성까지......

전봉진 대기자 | 입력 : 2024/11/06 [17:49]

 

『최초』란 타이틀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다. 그 최초라는 숫자로부터 엄청난 역사가 시작되고, 그 역사가 흘러 미래로 발전 한다. 최초와 미래 사이는 이 역사란 이름으로 응축되고, 그 속에는 뜨거운 땀과 열정이 녹아들게 된다. 지난 10월은 소설가 한강(韓江)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낭보(朗報)가 전해지자 대한민국은 온통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다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음으로써,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또 한 번 떨쳤다. 이로 인해, 예향의 본산(本山)인 전라남도는 명실상부 그 저력을 한껏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하늘이 주신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호기를 바탕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신의 한 수이자 게임 체인저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총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그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무풍천지무화개(無風天地無花開), 무로천지무결실(無露天地無結實)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필 수 없고, 이슬 내리지 않는 곳엔 열매도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무릇 세상사에 갈등과 고난은 승패병가지상사 (勝敗兵家之常事)처럼 불가피하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 말을 전남에 빗대자면 “세상사는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onflict)다.”라고 할 수도 있다. 예로부터 전남은 수많은 환난과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며, 우리나라의 중추 지역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임진왜란을 한번 회고해 보자. 『국가 군저개고호남(國家軍儲皆靠湖南),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임란 발발 이듬해 이순신 장군이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서신에서 ‘국가 군량을 호남에 의지하였으니,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고 하였다. 더욱이 『절상호남국가지보장 (竊想湖南國家之保障)』이라고 썼는데, 가만히 살펴보건데 호남은 ‘국가의 울타리다’라는 절박하고 위중한 뜻이라고 한다. 그만큼 호남지역은 임진왜란을 이겨낼 마지막 보루요 전략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라남도 지역에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출중한 인물들이 유독 많다. 

 

한국인 최초로 2000년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을 위시하여 최근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쥔 한강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인재의 보고(寶庫) 전남이다. 대체 무엇이 전라남도를 대한민국의 중추를 넘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지 그 비밀의 열쇠를 하나하나 풀어가 보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평화와 문학』의 고장, 전남

지난 10월,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전남에 근간을 둔 노벨상 수상자 두 명이 정치와 문학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5.18』이라는 변곡점을 겪으며 평화·공존의 정신을 발현(發現)한 지점이 흥미롭다. 

 

이번 기획에서는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전남이 꿈꾸는 평화·문학의 고장으로서 비전을 조망하고자 한다. 먼저, 전라도 정신 그리고 김대중 평화주의다. 『김대중 평화주의』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 시대, 이념을 넘어서 동서고금의 ‘보편적인 가치’ 위에 세워진 철학이자 사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대한 독서와 치열한 사유,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시대의 굴곡(屈曲), 그리고 전라도에 면면히 이어져 온 문화와 정신이 김대중 평화주의의 뿌리가 되었다. 

 

한편, 전라도는 전통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해왔다. 자연 본연의 멋을 살린 남종화(南宗畵)와 판소리, 자연 그대로의 맛을 지닌 정갈한 남도 음식, 자연과 하나되는 정자와 정원까지, 자연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문화가 발달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지구적 민주주의』로 이어진다. 인간과 더불어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존재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평화와 화해, 협력의 『코스모 민주주의』로 발전하며, 남북 최초 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 등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되었다.  

 

김대중 정신이 태동한 전라남도는 이를 기리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청년 김대중’을 양성하기 위해 ‘호남 청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에 동북아 평화의 성지가 될 ‘한반도 평화의 숲’을 조성했다. 김대중 정신의 세계화를 위해 2021년부터 격년으로 ‘김대중 평화회의’를 열어왔으며, 이달 11월 5일부터 6일까지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걷는 평화·생명의 길’을 주제로 ‘김대중 100년 평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상생과 화합, 평화와 공존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김대중 정신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공간과 시간』 마련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의도(荷衣島)는 위대한 정치인을 낳은 최고의 길지(吉地)

전남 신안군 평화의 섬 『하의도』는 섬의 형태가 흡사 연꽃이 활짝핀 모습과 비슷하여 ‘하의(荷衣)’라는 지명이 붙게 되었다. 하의도 후광리에는 다섯 차례 옥살이, 55차례 연금, 10여 년 망명 생활 등 고통의 세월을 딛고 제15대 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그래서 그의 호가 후광(後廣)이다. 올해는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다.

 

그는 “정치인은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정치는 원칙과 철학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정치는 실질적인 결과도 중요하기에 이것을 이뤄내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과 전략적 사고를 갖춰야 합니다. 제가 정치인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라고 했다.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하는 촌철살인 같은 명언으로서 김 대통령의 품위 있고 수준 높은 언어의 조탁(彫琢)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특히, 그는 세계를 감동시킨 사자후(獅子吼)와 같은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노르웨이는 인권과 평화의 성지입니다. 노벨평화상은 세계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위해 헌신하도록 격려하는 숭고한 메시지입니다. 저는 독재정권으로부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겪었습니다만,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는 데에는 우리 국민과 세계 민주 인사들의 성원의 힘이 컸습니다. 동시에 하느님이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 속에 이를 실제로 체험했습니다.

또 하나, 저는 사형 언도를 받았지만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생환(生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나라 모든 시대에 있어서, 국민과 세상을 위해 정의롭게 살고 헌신한 사람은 비록 당대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반드시 승자가 된다는 것을 저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 속에서 보았습니다. 국왕 폐하, 그리고 귀빈 여러분.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입니다. 저는 역사상 위대한 승자들이 가르치고 알프레도 노벨 경(卿)이 우리에게 바라는 대로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과 평화, 그리고 우리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여러분과 세계 모든 민주인 사들의 성원과 편달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고 하여 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며 가슴속 깊이 각인시켰다. 

 

하의도는 부정한 권력에 타협하지 않은 의(義)가 살아있는 고장이자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삶을 계승하고,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찾는 평화의 섬, 하의도로 환골탈태시켜야 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엄연한 소명 이지 않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과 남도 문학의 숨은 저력(底力)

『문화·예술의 본고장』 전남은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를 배출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윤선도, 정철, 김인후와 같은 걸출한 인물이 있었으며, 근현대에는 김남주, 조정래, 이청준, 김영랑 등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전남에서 나고 성장했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남도 문학이 그동안 쌓아온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굴기(崛起)했음을 반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이 단지 남도의 비옥한 문학적 토양에서 저절로 자라나고 열매 맺은 것은 아니다. 전남의 ‘대동정신’과 80년 5월에 대한 부채 위에 작가의 처절(悽絶)한 고뇌가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어둠꽃’ 등 전남의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지역의 아픈 역사를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마음을 울리며, 남도 문학의 힘을 보여주어 왔다. 전라남도는 이러한 지역의 문학 기반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한편, 잠재되어 있는 문학적 자산들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를 기념해 매년 『전라남도 문학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천명(闡明)하였다. 전라남도 문학박람회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기리는 동시에 전남과 세계를 잇는 『문학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전라남도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11월부터 문학박람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합니다. 앞으로 남도 문학의 힘을 세계에 알리고 K-컬처의 위상을 더욱 높여나갈 것입니다”고 말했다.

 

길게 흥하라, 『문림의향(文林義鄕)』 : 그 속에 함축된 엄청난 시크릿 코드

요즘 온 세상이 장흥을 말하고 주목한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장흥태생으로 지금도 안양면 율산마을 『해산토굴(海山 土窟)』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 신덕마을에 적을 두고 있다. 예로부터 장흥은 문(文)이 숲처럼 가득하고 의(義)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에 『문림의향(文林 義鄕)』의 땅이라고 했다.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처럼 ‘장흥에서 문장(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회자되는 연유다.

 

이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명실공히 전남 장흥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학의 본향이 되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지만,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21세기 최연소 문학상이다. 그는 어린 시절 수천 권에 달한 아버지의 책과 더불어 자랐다.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자신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명실상부는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맞는 데가 있다는 말이다. 또 명불허전은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름은 제2의 자신이며 분신체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게 되는 옷이고 평생 살게 될 집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장흥(長興)』이라는 지명 속에 감춰진 『Secret Code』가 무엇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길게 흥하라는 엄청난 소명이 그 지명 속에 숨겨져 있었다. 삼성이 반도체로 글로벌 초격차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기흥(器興)』이라는 최고의 길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기흥은 이름 그대로 ‘그릇이 흥한 다’라는 뜻이다. 전국에서 지명에 그릇 기(器)자를 쓰는 곳은 기흥이 유일하다고 한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정보를 담아 저장하는 그릇이니 기흥에서 삼성반도체 사업이 굴기한 것 역시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무언의 가르침과 본적지 장흥에서 잉태시킨 문학적 영감의 결실인 것이리라.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자칫 용두사미(龍頭 蛇尾)가 될 수 있다. 제2의 한강 같은 작가가 나올 수 있도록 장흥은 물론 전남 전체가 하나가 되어 우리 문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위해 대향연을 활기차게 펼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우리 한글로 문학이라는 인류문화의 정수(精髓)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퍼지기를 기대하며, 세종대왕님께 고개를 숙인다.

 

한승원 작가는 신춘문예에 등단한 ‘붉은 닻’은 제목과 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렸고, ‘소년이 온다’역시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며 딸의 작품을 치켜세웠다.

 

그는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제가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 보여서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찾곤 했어요(웃음). 딸은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저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한강은 효녀이자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이라는 의미의 『승어부 (勝於父)』라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쳐다만 봐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작가 한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정의한다.

 

한강(韓江) 작가의 『마지막 작품』은 이미 정해졌다?

한강은 지금부터 90년 뒤인 2114년에 공개될 한글 원고를 2019년 5월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에 미리 전달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내용도, 분량도 비밀에 부쳐진 채. 미래도서관은 2014년부터 100년간 매년 작가 1명의 미공개 작품을 받아 2114년에 100편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2014년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작가 엘리프 샤팍,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이 참여했다. 한강은 다섯 번째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단, 미공개작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라는 것.

 

한강은 당시 “나의 원고가 이 숲과 결혼을 하는 것 같기도,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장례식 같기도,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긴잠을 위한 자장가 같기도 하다”고 했다. 원고는 흰 천에 싸인 채 전달됐다. 이는 “한국에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소복, 홑천으로 흰 천을 사용하기에 원고도 그걸로 감쌌다”고 밝혔다. 한강이란 작가에 대해 문외한이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국보(國寶) 제 1호』 숭례문에 못지 않다는 느낌이다.

 

전라남도 『평화와 문화 벨트』 구축은 신의 한 수이자 게임 체인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라남도가 지닌 평화와 민주화·문학적 기반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문화자산이다. 이를 하나의 상징적인 축으로 엮어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하의도를 시작으로 한강 작가의 정서적 고향이자 부친 한승원 작가의 고향인 장흥까지 이어지는 『평화와 문화 벨트』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벨트는 단순한 공간적 연결을 넘어 민주화와 평화, 문학적 자산을 이으며, 입체적인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세계 속에 전남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1980년 5월의 정신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고, 남도의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으리라 기대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강 작가의 성취를 이어 세계적인 ‘평화와 문화의 중심지, 전남’을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지며,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이나 결과에서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한다. 기존의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정도로 특출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나아가 사회 전반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프로젝트나 전략을 뜻한다.

『디즈니』라는 미국 기업 하나가 전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전남에서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 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61만 평의 디즈니랜드는 연간 1,8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서, 관람객을 통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약 65,700 여 개에 달하는 관련 일자리는 애너하임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축에 해당한다. 

 

이제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지방소멸 위기 시대는 더 이상 전남에는 흘러간 과거지사가 돼야 한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노벨상 수상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과 한강 작가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평화·문화의 고장으로서 전남이 이를 잇고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남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하여, 김대중 평화주의와 한강 작가의 문학적 성과가 함께 어우러진 전남만의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에필로그 : 남도천리(南道千里) 여독은 가을 해풍에 씻기나니~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일제의 강압적인 식민통치로 인해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엄혹한 시기에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찬란한 빛이 되리라”는 아름다운 시를 지었다. 타국의 압제하에서 먹고 사는 생존적인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최빈국에서 첨단의 기술을 선도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지금 한국의 모습을 생각하면 놀라운 선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타고르의 예견이 단순한 부국강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시는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 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요컨대 타고르가 예찬한 한국의 미래는 세계의 부가 집중 되는 곳뿐 아니라 말씀과 지성, 생각과 행동이 넘쳐나는 『문화의 성지(聖地)』라는 것이 그러하다. 그의 예언은 당시에는 아무도 믿지 못할 황당한 소리라고 들렸을 터.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반박불가(反駁不可) 아닐까. 타고르의 앞을 내다보는 탁견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승원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나는 작가다. 어떤 때 한강이 쓴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딸과 아들의 작품활동은 자신을 늘 게으름에 빠져있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지극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 무얼 망설이는가. 이번 겨울 여행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닌가.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전남의 명소 신안 하의도의 김대중 대통령 생가와 기념관을 들러보며, 그의 출중한 정치적 탁견의 편린(片鱗)들을 살펴보자. 내친김에 장흥(長興)에 있는 한승원 작가와 한강의 해산토굴과, ‘달긷는 집’이라고 명명한 한승원 문학학교에 들러 시 짓는 법이라도 한 수 배워보는 것은 어떤가. 한승원 문학산 책길을 따라 바닷길을 걸으며 장흥의 명품 해산물을 두루 맛본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있으랴.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프랑크 푸르트 선언을 통해 삼성을 대대적으로 쇄신하는 신경영을 선포하였다. 2024년 11월은 전라남도가 『글로벌 문화강국』으로의 대변신을 선언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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