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열정적 삶의 귀감, 김행지 대표의 멋진 인생 그리고 역동적인 골프 이야기오늘은 에이지 슈터(Age Shooter), 내일은 알바트로스(Albatross)
식물은 끊임없이 스스로 꽃이나 잎, 가지를 떨어뜨리며 성장한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올 때 나무는 가지에 달린 모든 것을 떨어내고 세찬 바람에 자신을 내맡긴다. 나무가 겨울을 맞을 때 그러하듯 우리도 살아가면서 스스로 비워내고 덜어내야 할 것들이 있다. 즉, 마음의 단식(斷食)과 금욕(禁慾)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더 절실히 요구된다고 얘기한다. 이 말은 인생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가령 ‘삶’은 인생 자체로 있을 때는 그냥 삶이다. 그러나 여기에 어떤 형용사가 붙느냐에 따라 그 삶은 ‘행복한 삶’이거나 ‘보람 있는 삶’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가 가른다. 그러니까 더 많은 명사를 부리며 살기 위해 처절한 경쟁의 늪에서 사는 것보다 내가 이미 가진 명사들에 어떤 형용사를 붙일지 고민하는 인생을 꾸려가는 게 더 자신감이 차오르며 마음이 넉넉해지고 삶도 떳떳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인간은 어쩌면 저마다 좀 더 풍요로운 형용사를 가꾸기 위해 하루하루를 분투하는지도 모른다. 이 말은 성공한 외식사업 CEO이자 최근 생애 2번째로 에이지 슈터까지 달성한 최고의 골프마니아 김행지 대표의 얘기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탑골프는 김 대표가 그의 인생과 골프에 대해 형용사를 어떻게 완성해 나가는지 들어보기 위해 마포의 자택과 대한민국 외식사업의 명가 ‘신촌 형제갈비’를 둘러보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골프는 삶의 활력과 사업의 지혜를 일깨워 준 신의 한 수 김행지 대표는 내로라하는 골프마니아다.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골프란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물었다. “골프는 얼핏 단순하지만 끝없는 미로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과 영혼에 커다란 울림과 성취감을 주는 반면 때론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줍니다. 그래도 골프는 그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완성이 없는 게임이어서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좋은 벗들을 만날수 있어 사교에도 최상이며, 신선한 공기와 멋진 풍광을 벗삼아 8~10km의 잔디밭을 걸으며 대자연을 느끼고 있노라면 몸속에서 엔돌핀이 한껏 솟구치는 짜릿함을 느끼게 됩니다. 한마디로 골프는 제 생활의 A~Z라고 할 만큼 고마운 친구라고 단언합니다. 김행지 인생에서 골프를 빼면 다른 것은 생각을 못 할 정도라고 할까요. 저는 필드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더욱이 골프 코스는 인생 항로와도 같아 순간순간 예측 불허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홀마다 도사린 함정과 러프 및 벙커의 난관을 극복하며 파(Par)를 하거나 버디(Birdie)라도 잡게 되면 마치 온 세상을 얻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부득이 다른 약속은 취소해도 골프 약속은 절대 취소할 수가 없더군요(웃음).”
한마디로 ‘약무골프(若無Golf), 시무행지(是無幸枝)’라고 만약 골프가 없다면 김행지 대표도 없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지켜준 호국신기(護 國神器)가 거북선이었다면, 오늘의 김 대표 인생과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켜주는 호생신기(護生神器)는 다름 아닌 골프라고 얘기해도 헛된 말이 아닐 것이다. 더 들어보았다. “골프의 레전드 벤 호건은 ‘골프는 20%가 재능이고 80%는 매니지트’라고 했는데 저야말로 골프를 통해 녹록지 않은 외식사업의 지혜를 배우고, 역으로 사업을 통해 골프의 비법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웃음). 골프로 단련된 CEO는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더 잘 극복하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더군요. 더욱이 골프를 잘하는 사람은 회사 경영이나 일도 잘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단순히 골프를 놀이로만 즐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매 라운드마다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 홀 한 홀 공략하면서 나름의 사업 철학과 기법도 깨달으려고 혼신을 다해 집중하게 됩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잘 나갈 때가 진정한 위기다.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자만에 빠진 삼성 CEO들을 다그쳤다. 어찌 보면 경영 9단이자 골프의 달인으로서 뼈저리게 체득한 ‘혜안의 발로(發露)’가 아닐까. 손자 병법에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고 했다. 전쟁에서는 한 번 승리했다고 그게 결코 반복되지는 않는다는 것. 골프에서 버디 잡고 우쭐하다가 다음 홀에서 더블 보기하는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웃음).
아름다운 그 이름 속에 감춰진 시크릿 코드 : 온 세상을 위해 행복(幸福)을 나뭇가지(枝)처럼 활짝 펼쳐라 김 대표의 뜨거운 골프예찬론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래서 잠시 화제를 김행지(金幸枝)라는 이름 석 자쪽으로 돌렸다. “예전에 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하신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저를 무척 애지중지(愛之重之)하셨어 요. 그래서 아마 행복하게 잘 살라며 지어주셨다고 해요. 하지만 제가 커서 사업을 하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고객들에게 널리 기쁨과 행복을 나눠 주라는 더 큰 의미가 담겨있는 거 같아 더욱 애착이 가더라고요(웃음).” 명실상부(名實相符)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그래서 이름은 제2의 자신이며 분신체이자,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게 되는 옷이고 평생 살게 될 집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그의 이름 석 자 깊숙이 응결(凝結)되어 있는 시크릿 코드(Secret Code)를 듣다 보니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기막힌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김행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온 세상 사람들에게 커다란 행복을 나눠줘야 하는 소명을 타고난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탑골프가 김 대표와 8년여 만에 다시 조우(遭遇)하게 된 것은 뭇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일언력(一言力)이라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나. 그의 말은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봄눈 녹듯 사라지게 만드는 행복 바이러스 그 자체라고 느껴진다.
골퍼로서 최고 영예 에이지 슈터, 생애 2번째 위업을 달성 골프 종주국인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평생 꼭 실현하고 싶은 3가지 로망은 홀인원(Hole-In-One)과 파 플레이(Par Play) 그리고 18홀을 자신의 나이나 그 이하의 스코어로 라운드하는 에이지 슈트(Age Shoot)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샷 거리가 짧아지고 집중력도 크게 떨어지기에 전문가들은 그 달성 확률이 1만 2000분의 1이라는 홀인원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꿈이라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그래서 가장 어려운 위업의 하나로 꼽았다. 최근에는 골퍼들의 체력 강화와 골프채와 골프공 제조기술 발달로 에이지 슈터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보다 훨씬 고난도라는 게 에이지 슈터다. 젊어서 골프를 잘 치는 것은 물론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면서 연륜이 쌓여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골퍼로서 최고의 영광이라는 에이지 슈터. 그 어렵다는 에이지 슈터를 어느덧 산수(傘壽)라는 80세 나이까지 2번이나 기록한 김행지 대표의 비결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는 여전히 50~60대 못지않은 탄탄한 체력과 빛나는 물광피부를 간직하고 있다. 8년 전인 2016년 5월 29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렸던 제24회 클럽 챔피언 선발대회 및 회원 친선골프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차지했다. 그날 김 대표가 세운 기록은 총합 71타(IN 34, OUT 37타)로 당시 71세니 뒤늦게 생애 첫 에이지 슈터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하늘을 날아갈 듯 무척 기뻤습니다. 날씨도 운도 모두 따라줬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평온하게 대회에 임하니까 에이지 슈터라는 행운의 여신이 처음으로 저를 힘껏 보듬어 주시더라고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확히 8년 후인 지난 2024년 4월 12일 경기도 안성의 명문 파인크리크CC에서 매달 2번째 금요일에 열리는 중앙여고 동문 월례회에서 생애 2번째 에이지 슈터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주위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스마트폰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스코어카드를 불쑥 보여주는 데 함께한 이희자, 박선희, 김금희 세 분도 한결같이 수준급의 고수들이다. 네 분의 동문 골퍼들이 이날 얼마나 박진감 넘치는 라운드를 하며 행복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김 대표는 여러 곳에서 골프를 쳐봤지만 주로 한양, 수원, 뉴코리아CC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골프를 하기 전에도 운동을 잘해서 여고 시절에는 중앙여고 배구선수로 뛰었단다. “저는 정말이지 골프를 치면서 활력을 많이 얻었어요. 한창 매장이 바쁠 때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나면 파김치가 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잠깐 눈을 붙이고는 새벽에 골프백만 메고 문을 나서면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어요. 어떤 때는 오후에도 짬을 내서 필드에 나갔을 정도로 골프의 매직에 푹 빠졌었지요(웃음). 짜릿한 묘미 덕에 늘 ‘골프는 만남이다’라는 신념으로 골프에 몰입했어요.” 지난번 회원 300만 명을 보유한 스마트스코어가 주최한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 평균연령 77세의 내로라하는 골프 달인 133명이 출전하였지만, 단 10명 만이 에이지 슈터로 국내 첫 공식 인정을 받았다고 하니 김 대표의 뛰어난 기량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수 없다.
꾸준한 연습만이 대가(大家)를 만든다 : 강인한 멘탈, 다이내믹한 장타력, 정교한 퍼팅을 겸비한 승부사 골프를 향한 김행지 대표의 열정에 찬 예찬론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끝이 없을 거 같다. 그래서 화제를 아예 2번의 에이지 슈터, 이글 등 엄청난 성과를 이룬 비결이나 저간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정곡(正鵠)을 찔렀다. “숙녀회 모임에 적극적이었어요. 로얄, 리베라, 한양, 수원, 뉴코리아...하루에 36홀을 완주한 적도 있었지요. 그러고도 승부가 안 나 다음 날 또 했으니 말 다 했지 뭐예요(웃음). 요즘은 사업은 자식들에게 맡기고 저는 뒤에서 소소한 일이나 봐주며 인생 2막을 여유롭게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골프장에만 나가면 가슴이 뛰는 걸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행은 다리가 후들거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뛸 때 가야 한다고 하듯 골프장도 가슴이 뛸 때 가야 하지 않겠어요. 예전엔 헬스를 자주 하며 체력을 강화했어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골프를 안 하는 날이 더 일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골프마니아다. “2015년도 겨울에 말레이시아에서 30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골프를 쳤어요. 그리고 이후 15일을 필리핀에서 또 골프를 쳤어요(웃음). 예전에 통행금지가 있었을 때는 밤 12시에 매장을 정리하고 난 후 차 안에서 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며 새우잠을 청한 후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었어요. 몇 번의 이글과 우승 기록이 있었지만, 한탄강 골프장 마운틴 18번 홀에서의 이글과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우승한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저는 ‘골프든 사업이든 끊임없는 연습만이 대가(大家)를 만든다’는 확고부동한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희곡 파우스트는 그가 82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무려 61년간이나 심혈을 기울여 쓴 위대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골프 역시 꾸준함이야말로 위대함과 동의어 라는 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웃음).”
파 4홀에선 거의 투온이 가능한 장타력과 150야드를 넘는 정교한 아이언샷이 강점이라는 김행지 대표는 세컨샷에서 우드나 유틸리티보다는 아이언 5번을 선호한다. “젊었을 때는 혈기가 넘쳐 뭐든 힘으로만 하려고 덤벼들다가 낭패를 보게 됩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죠. 기량이 어느 수준 오르게 되면 필드 공략법도 알게 되고, 어떻게 쳐야 가장 적은 타수로 싱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요령도 터득하게 되잖아요(웃음).” 김행지 대표의 퍼팅은 정교함 그 자체였다. 퍼팅 때 전혀 손목을 쓰지 않고 홀컵에 죄다 적중시킨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그 자체다. 퍼팅은 골프 스코어링에서 43%나 차지한다. 골프의 스윙 이론을 정립한 벤 호건도 ‘골프와 퍼팅은 별개의 두 게임으로 하나는 공중에서, 다른 하나는 땅 위에서 플레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250미터 드라이버 샷도 1타, 30센티미터 퍼팅도 1타라는 것이 골프의 모순이자 아이러니다. 왜 김행지 대표가 2번씩이나 에이지 슈터가 될 수 있었는지 필자의 눈으로 생생하게 목도(目睹)하고 나니 유구무언이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의 표상 이건희 회장은 그가 존경하는 롤 모델 김행지 대표의 거실을 둘러볼 때 단박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골프대회에서 받은 수많은 우승 트로피들은 물론 천경자 화가 그림 작품, 그리고 예전에 그가 탑골프 표지모델로 찍은 사진액자 등. 그때나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이나 전혀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다. 비결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두 권의 책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흘낏 보니 ‘매일 쓰기 성경(Daily Writing Bible)’과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쓴 “벽을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는 ‘80세의 벽’이라는 책이었다. 순간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주창한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대표는 기독교라는 영성(靈性)과 독서와 예술의 지성(知性), 그리고 골프 몰입을 통한 야성(野性), 이 3가지 분야에 틈틈이 천착(穿鑿)함으로써 ‘액티브 시니어’로 건재할 수 있지 않나 나름 생각되었다. 필자가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날 때 빠짐없이 챙겨 보는 루틴 중 하나는 그의 사업이념이나 슬로건이 무엇이냐다. 그래서 김 대표에게 롤 모델에 대해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삼성 이건희 회장’이라고 답한다. 순간 ‘목계지덕(木鷄之德)’이란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목계란 나무로 만든 닭이란 뜻으로 완전히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목계지덕이라 한다. 장자의 ‘달생’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 주나라의 선왕이 투계(鬪鷄)를 좋아해 뛰어난 투계 사육사인 기성 자(紀渻子)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구해 훈련을 맡겼다. 하지만, 맡긴 지 수십 일이 지나도록 왕이 궁금해서 물어도 매번 “아직 멀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 니다. 드디어 나무와 같은 투계가 되었습니다. 어느 닭이든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의 투계는 목계이다.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리고,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린 목계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는 의미다. 질곡(桎梏)진 삶의 현장이건 푸르게 펼쳐진 골프장이건 간에. 삼성 이병철 창업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3남 이건희 회장에게 늘 유념하라며 직접 서예를 써서 내려준 유시(諭示)가 바로 ‘경청(敬聽)’과 ‘목계지덕(木 鷄之德)’이다. 목계지덕을 늘 명심한 덕분에 삼성을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초격차 기업으로 굴기할 수 있도록 혁신하였다고 얘기한다면 지나친 비약이자 어불성설(語不成說)일까.
대한민국 외식사업의 퍼스트 무버 :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 者勝)과 서번트 리더쉽은 사업 성공의 숨은 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는 선도자다. 이들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와는 사업전략이나 어프로치가 근본적으로 판이하다. 그들은 단순히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것을 넘어서며 창의적인 전략으로 승부한다. 김행지 대표는 녹록지 않은 대한민국 외식업의 CEO로서 늘 겸손하고, 또 직원들의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업의 모토가 무엇인지 물었다. “오래전에 누군가와 대화하며 사석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그 말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세상살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항상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삶을 산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CEO와 직원들이 서로 뜻이 같아야 한다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 欲者勝)’과 현장 실무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되, 그들이 잘할 수있도록 뒤에서 밀어주고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은 1972년 창업한 ‘신촌 형제갈비’를 우리나라 최고의 외식업 중추로 도약시킨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신촌 로타리에서 연세대로 올라가는 중간에 위치한 형제갈비는 당시 갈비집의 대명사였다. 큼직하고 맛이 일품이어서 저녁 시간만 되면 가장의 손을 잡고 갈비 포식을 즐기러 나온 가족들로 북적거렸다. 점심때는 국물이 담백하고 뽀얀 데다 고기도 듬뿍 들어간 갈비탕을 먹기 위해 직장인과 학생들이 줄을 섰다. 어언 50여 년의 역사를 쌓아온 형제갈비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거쳤다.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6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섰고, 실내 장식도 깔끔하게 바뀌었다. 뛰어난 환풍시설로 고기 굽는 연기나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2층부터 5층까지 층마다 인원 규모에 맞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기에 옛날처럼 줄을 선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둘째 아들 정승룡 사장이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 맛은 여전히 어머니 김행지 대표의 몫. 비싸지 않은 가격에 연하고 신선한 고기 맛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김 대표의 고집 때문. 고기는 미국산 최고급품이다. 인기 메뉴는 단연 생갈비와 양념갈비. 갈비는 1주일 정도 특별한 냉장과 해동(解凍) 기술로 육질을 연하게 한다.생갈비는 선홍빛이 감돈다. 국산 천일염을 볶은 뒤 후추, 깨를 함께 넣고 빻아 만든 소금 양념에 찍어 먹는다. 양념갈비는 배, 양파, 대파, 마늘 등을 갈아 달여 만든 양념을 쓴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갈비 가운데서도 고급 부위만 모은 갈빗살은 1994년 형제갈비가 처음 개발한 회심의 한 수. 바로 퍼스트 무버 메뉴인 것이다. 그 후 다른 고깃집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1등 공신이 되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최고의 고객서비스’라는 시각에서 혹여 빈틈이 있거나 클레임이라도 생기면 추상(秋霜)같이 엄격 하다. 하지만 잘 해보려다가 실수하는 것은 다소 부족해도 품어주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지난 주말 저녁 시간을 내어 싱글골퍼들인 새턴바스 정인환 회장, 코이녹스 김종기 회장과 함께 ‘형제갈비의 맛’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신촌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건물은 격세지감(隔世之感) 그 자체였다. ‘1972년 개업 형제갈비’라고 환하게 불을 밝힌 대형 간판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엘리베이터 입구에 1층(갈비탕), 2층(조용한 예약 독방), 3층(숯불갈비), 4층(불고기)라는 안내판과 6층(신촌독서실)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김행지 대표는 “원래 지하 1층과 6층에는 실내 스크린골프장이나 노래 연습장 등을 임대하려고 하였어요. 그러나 아들이 강하게 반대했어요. 골프백을 끌고 삼삼오오 연습하러 오는 고객들로 자칫 형제갈비의 브랜드 이미지나 건물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이죠. 듣고 보니 젊은 아이들 말에 수긍이 가더라고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잖아요. 사업도 아날 로그식에 익숙한 우리 때랑은 차원이 완전 달라요. 그래서 대학생들이나 직장인 고객 위주로 1층은 혼밥(갈비탕)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벽 쪽으로 긴 탁자를 준비했고, 6층에는 독서실을 둬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게 머리를 썼어요. 신의 한 수 아닌가요. 저는 이제 골프를 친구 삼아 건강하게 인생 후막을 즐길 수 있게 얘들이 척척 알아서 해주니 너무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지요. 제가 엄마로서 그간 열심히 고생하며 애들 공부시켜 놓은 보람을 느낍니다. 이생에 덕을 미력이나마 쌓았나 봐요 (웃음).”
끊임없이 공부하며 절차탁마하는 액티브 시니어 공부할 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시간이 생긴다 한들 공부하지 않는다 (謂學不暇者雖暇亦不能學矣). 아무리 여건이 좋아도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 공부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배움에 대한 마음이 절실한 사람이 한다고 하지 않는가. 김 대표는 삶의 어느 한순간도 ‘정체되는 것’을 참을 수 없기에, 매 순간 스스로에게 ‘도전 과제’를 던진다. 대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일을 본인은 단지 ‘재미있어서’라고 표현하지만, 이화여대 정보통신대학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연세대 언론정보대학원(6개월) 과정을 이수한 그의 학업 노력은 그저 ‘재미있기 때문’ 수준을 넘어선다.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존재라서, 배움이 그치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를 시작하고, 끝나면 또다시 시작 하고. 사회와 발맞추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랄까요(웃음).” 자기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 사업, 골프, 공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김행지 대표는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눈에 보여 ‘더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의 버킷 리스트는 알바트로스(Albatross) 달성 흉중(胸中)에 뭔가 야심 찬 일을 도모할 때 ‘착안대국(着眼大局), 착수소국(着手小局)’이라는 말을 쓴다. 계획은 크고 멀리 보되, 그 실천은 작은 일부터 주도면밀하게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는 김행지 대표의 골프 버킷 리스트와 맞닿아 있다. 그에게 골프와 관련하여 향후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첫째로는 홀인원을 몇 번 했지만 제가 멤버십으로 가입돼 있지 않은 곳에서 기록한 것들이어서, 이제는 회원으로 가입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해보고 싶습니다. 둘째는 어언 구력이 43년이 되다 보니 홀인원, 이글은 물론 2번의 에이지 슈터까지 해봤으나 아직 알바트로스는 못 해봤어요. 조만간 알바트로스를 꼭 이루어보고 싶습니다(웃음).” 하늘을 나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종류인 알바트로스는 다른 새들이 폭풍과 비바람으로 자취를 감출 때 오히려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그 끝에 올라가 글라이딩을 한다. 하늘을 믿고 날아가는 노익장이라고 ‘신천옹(信天翁)’이라 부르고, 조류학자들은 ‘기적(奇蹟)의 새’라고 얘기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고난 속에서 오히려 유유자적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 한편, 롱홀에서 2타로 공을 홀에 넣었을 때를 ‘알바트로스’라고 부른다. 이 성공 확률은 20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정말 어렵고 대단한 스코어다. 그래서 김 대표의 버킷 리스트는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야심차고 도전적이다. 그렇다고 허망(虛妄)하다고 지레 짐작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능히 달성 가능하고, 충분히 기량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성적으로나 지성적으로 또한 야성적으로~ 이들 3박자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에필로그 : 80세의 벽을 넘어 더 큰 미래를 향해~ 골프와 인생이라는 꽤 정감있는 주제로 김 대표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채근담에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다름이 아니라 김 대표를 지칭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인생 전반기에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가 ‘성장과 축성(築城)’이었다면, 후반기에 추구하는 가치는 ‘보람과 의미와 삶의 질’이다. 예전 같으면 잔디를 덮고 누워있을 나이에 푸른 잔디를 밟고 골프를 즐긴다. 전인미답(前 人未踏)의 장수 시대다. 이때 은퇴는 『잉여인간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출발점이고 축복의 전환점이라고 하지 않나. 『The End』가 아니라 『The And』로 살아야 하는 소이다. 삶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봄꽃만 아름다운가, 아름답게 불타며 물들어 가는 낙엽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나.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겨라. 끝으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인생 문장이라는 ‘페스티나 렌테, 즉 천천히 서둘러라 그리하면 내일은 큰 파도를 타리라(Cras ingens iterabimus aequor!)는 말로 그가 인생이든 골프든 마음먹은 대로 알바트로스 달성에 성공하기를 기원드리며 에필로그에 갈음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탑골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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