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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봉 개인전 ‘품고 스미다’

가슴 한편 각각의 감정이 그려지다

신요셉 기자(topgolf2269@naver.com) | 기사입력 2022/10/04 [09:29]

최문봉 개인전 ‘품고 스미다’

가슴 한편 각각의 감정이 그려지다

신요셉 기자 | 입력 : 2022/10/04 [09:29]

 

최문봉 작가는 2014년 홍익대 갤러리 72-1에서 ‘저기 수수 꽃다리전’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제9회 관악현대미술대전 장려상, 제30회 대한민국회화대전 특선, 제17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동상, 제50회 충청남도 미술대전 특선 등 다양한 미술대전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가며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그림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준비한 최문봉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개인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개인전 ‘품고 스미다’로 저희 곁을 다시 찾아와 주셨는데,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좋은 계절에 탑골프를 만나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품고 스미는’ 전시를 준비하며 길고 긴 코로나의 터널 속을 잘 견뎌내고 이겨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힘듦으로 작업에 더 매진할 수 있었고 또한 정신적으로 인내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좀 이르지만 이제 코로나의 막바지이 기를 희망하며, 나의 작업을 한 단락 마무리 지음을 전시로 준비하였습니다. 예기치 못했거나 소소한 일들로 바쁘고 분주했음도 ‘이만하길 너무나 다행이다’라는 말로 ‘품고 스미는’ 전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표현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할 수 없는데 손에 잡을 수 없는 추상적인 주제인 ‘감정’을 화폭에 담기까지 어떠셨는지요

감정은 인간이 살아 있기에 또는 살아가고 있기에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감정을 화폭에 담는다는 행위는 내가 살아가고, 살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찾으려는 결과물일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감정을 할미꽃의 포자를 통해 이야기해보려 하였습니다. 본인에게 포자란 ‘자연’이며, ‘나(我)’이고 또한 ‘감정’입니다. 이것들은 나라는 존재로 인해 연기되고 순환되는 것이기에, 이는 곧 ‘나(我)의 의미로 남겨지는 것’이라 이해될 수 있습니다. 포자가 지니고 있는 특성인 생명의 결실과 연속성은 마치 감정의 결과가 남겨놓은 의미와 닮아있습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또 다른 유기체나 의미를 탄생시키는 것 이러한 과정을 할미꽃의 포자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 추억’입니다. 꽃봉오리의 모습은 꼬부라져 있는 허리 같으며, 뽀송뽀송 피어 있는 하얀 털들은 할머니의 흰머리 같아서 할미꽃이라고 부릅니다. 어릴 적에 살았던 집 마당 한쪽 장독대 옆에 피어 있는 할미꽃은 이른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곤 했었습니다. 새초롬하게 수줍게 솜털을 감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모습은, 장독대와 어울려 본인 삶에서 추억의 봄날이란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품고 다시 땅에 씨앗이 스며 싹을 트는 것 이듬해 봄이 되면 나와 같은 나란 존재로 삶을 이어가는 것, 삶도 감정도 이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전 작품은 주변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또 다른 주제로 이동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이전 작업은 일상의 특별함으로 꽃, 선물, 케이크라는 특정한 소재를 이용해 일상과의 관계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나(我)’와 ‘연(緣)’의 소중함에 의미를 두어 선물과 인연을 ‘맺음(매듭)’으로 이해하고 표현하였습니다. 여기서 일상 속 발생되는 연의 ‘맺음’이란 의미가 작업 속에서 발생되는 이유에 의구심이 생겼고 기존의 작업은 특별한 날의 기념으로 이해될 수 있었기에 이것의 반대인 일상이 가지고 있는 소중함을 담아내는 것에 무리가 있었습 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이러한 의문은 나와 관여되는 것들이 나의 ‘감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 파악되었습니다.

감정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이며, 삶과 같은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의 생존성 또는 생명력을 그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의 시작과 끝은 생성·변화·순응·축적 그리고 다시 생성의 순차적 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속성과 일치합니다.

동양 예술에서 자연과 이것을 이해했던 감정 또는 인식은 창작자로 하여금 자신을 대변하는 물상으로 변화되어 작품 표현의 방향과 목적을 제시하는데. 본인 역시 이러한 자연과 생명 그리고 나에 대한 이해관계를 작품에 주관적으로 담아보려 했습니다.

 

최근 예술계에서도 NFT(대체불가토큰)에 관련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가님 개인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지난번 NFT에 작품을 등록하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예술의 소장 형태도 시대성의 변화를 따라야 하겠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디지털 문화 등 예술의 인식이 달라진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예술에 있어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블록체인의 기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관점에서 저작권의 의미로서 작품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부분에는 긍정적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인전의 작품 감상 시 관람객들이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감정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또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파생되는 결과물입니다. 이번 ‘품고 스미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 스스로 자기 삶을 조금 더 품고 스미게 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생명력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종말의 모습으로 생성을 반복하려는 포자, 그것이 품고 있는 존재 의미가 생이란 그 낯선 공간을 부유하다가 우리에게 다가와 긍정과 선의의 의미로써 다시 개화하는 것을 기대하며 그 안에 담긴 생존의 의미를 받아 가셨으면 합니다.

 

“양지바른 무덤가에 피어 있는 할미꽃, 장독대 옆 새초롬하게 고개를 숙인 할미꽃, 줄기, 잎, 꽃에 하얀 솜털을 입고 고개를 꾸부정하게 숙인 할미꽃, 그 꽃이 지고 열매가 달려 할머니가 흰머리를 흩날리듯 자란다.” 할미꽃의 ‘포자’는 나의 은유적 사유 대상이며 표현 대상이다. 시작과 끝을 함께 품고 부유하는 이것은 형상과 그 생물학적 의미에서, 시간의 흐름, 순환, 생명의 맺음, 연속성을 갖는다.

씨앗, 생장, 개화, 소실(消失), 열매 맺음으로 귀결되는 자연이라는 순리적 연속성은 사람들의 삶에 비유되고, 그 유기적 형상은 마치 도시의 평면도나 지도 이미지 혹은 도시의 지하철 이미지처럼 우리의 삶의 관계망처럼 다가온다.”  -지난날 작업 노트 중-

 

작품활동 시 선택과 집중에 많은 힘을 쓰실 것 같은데 그 외 평소에는 어떠신가요?

다들 그렇듯이 나의 여러 시계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중요한 우선순위로 계획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입니다.

종달새 형으로 동이 트는 새벽,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모다철강(주)에서 재무회계 이사로 재직 중이며, 틈틈이 필드에서 친구, 지인들과 함께합니다. 골프에 대한 남편의 열정으로 20년을 캐디백과 함께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골프는 운동치인 내게 도전 의식과 성취감을 주는 매력적인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늘 바쁘고 분주하던 일상에서 필드는 에너지를 주는 쉼의 여정입니다.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입 니다. 작업은 틈틈이 항상 하고 있습니다. 분채를 갈고, 아교를 녹이는 전통적인 작업은 동양화의 단아하고 현묘한 색감의 정취가 있어서 좋습니다. LAB에서 화우들과 함께하는 일주일의 하루 시간은 또 다른 나의 행복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이번 개인전 ‘품고 스미다’에서 꼭 소개하고 싶으신 작품 하나를 말씀해주세요

〈품고 스미다~ Refresh〉는 피로하거나 답답함, 혹은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 상쾌해져 가슴이 펑! 뚫리는 시원함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김병수 선생님의 『감정의 온도』라는 책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내면의 상태를 악화시키리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하고 있습니다. 감정은 느낌이며, 소통이고, 에너지입니다. 나의 감정에 따라 그 에너지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듯이, 감정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로써 생명력이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감정은 인간에게 또 다른 소통의 언어이기에, 내가 보내고 있는 감정의 소리를 귀담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면의 소리를 듣고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기도 해야 합니다. ‘Refresh’는 이런 의미를 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후의 활동은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삶이 변하듯 작품도 그 변화를 따라가야겠지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삶이 주는 그 변화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업하고 좀더 다양한 전시를 통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긍정의 하얀 씨앗입니다. 그 의미 안에서 당신의 삶이 가지고 있는 생의 당위성을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최문봉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생성·성장·소멸·생성의 순환 과정 의미를 함축하는 대상인 자연의 순환 속에 생명체인 포자를 작품으로 가지고 와 감정 역시 그것의 이치와 순리를 따르는 이번 전시회의 느낌은 각각의 심상 속 새로운 씨앗을 가지고 돌아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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